1967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13호 강릉단오제(관노가면극)로 지정되었다.
강릉 관노가면극은 안동하회별신극과 함께 신앙성을 지닌 서낭신제 계통의 가면극에 해당된다.

  강릉관노가면극이 다른 지역의 탈놀이와 다른 것은 ‘관노(官奴)’라는 말이다.
일반 농민들이 아닌 관청의 노복으로 있던 사람들이 단오제가 열리는 기간에 자신들도 축제에 참여하여 함께 뛰어 놀았던 것이다.
  관노들의 참여가 밝혀진 것은 일제하 경성제대의 일본인 추엽융(秋葉隆)이 1928년 강릉을 답사하여 당시에는 전승이 끊긴 탈놀이를 일본《民俗學》2권 5호에 발표하면서부터 였다.
물론 이전에 강릉에 탈놀이의 형태가 전승된 사실을 기록한 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허균의 문집인《성소부부고》대령산신찬병서에 적은 잡희(雜戱)라는 기록에 의하면, 김유신 장군을 모신 산신제가 단오제의 원류임을 밝히고 있는데 대관령 산신을 위한 잡희가 베풀어졌다고 하여 강릉 탈놀이가 당시에 행해졌음을 유추하게 한다.
  그것은《고려사(高麗史)》등에 가면을 쓴 사람들이 잡희를 놀았다는 기록이 있어 방증할 수 있다.
또한 “5월 5일이 되면 무당들이 각 색의 비단을 모아 고기비늘과 같이 연이어 오색찬란하게 만들어 장대끝에 매달아 우산을 드리우듯 해서 화개(花蓋)라 한다.
힘이 센 사람에게 들려 앞세우면 무당들이 풍악을 울리며 따르고 창우배(倡優輩)들이 잡희를 하다가 저물어 성(城) 남문을 나와 소학천에 이르러서 이 놀이를 그친다.”라고《증수임영지(增修臨瀛誌)》(1933)에 기록되어 있어 무당들의 풍악과 창우배들의 잡희가 분화되었는데 굿과 탈놀이가 따로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관노가면극은 주로 음력 5월 단오날에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
임동권 교수의 문화재지정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음력 5월 1일 본제가 시작될 때 화개를 만들고 이때부터 연희가 이루어져 4일과 5일에 걸쳐 행해졌다고 하였다.
추엽융의 조사에도 5월 1일 본제 때부터 화개를 부사청에서 만들어 가면극을 했으며 4일날 대성황당 앞에도 놀고 5일날도 계속하였다고 하였다.
연희장소는 현재와 같이 남대천변에서만 한 것이 아니라 대성황사를 비롯한 여러 곳으로 옮기면서 이루어졌다.
즉 5월 5일 오전에 대성황사 앞에서 먼저 행하고 다음에는 화개를 받들고 약국성황당, 소성황당, 제관청, 여성황당의 순서로 순례하였다.
  현재는 여성황당만 남고 나머지는 없어진 관계로 남대천변에 설치된 가설 단오장에서 강릉관노가면극보존회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공연을 한다.

  강릉 관노가면극의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 6명으로 고증되었는데 양반광대 1명, 소매각시 1명, 시시딱딱이 2명, 장자마리 2명이다.
  먼저 양반광대는 우리나라 가면극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인데, 강릉에서는 양반의 호색을 풍자하고 어리석음을 희화화(戱畵化)하여 해학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지나치게 길게 무릎까지 내려오는 수염과 점잖치 못한 뾰족한 고깔을 쓰고 나오며 소매각시의 거짓 자살소동, 그리고 양반과 각시의 화해장면 등은 당시의 사회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다음의 주요 인물로는 양반광대의 상대역인 소매각시다.
양반의 호색을 풍자하는 인물로서 ‘소매(小梅)’는 유득공(柳得恭)의《경도잡지(京都雜志)》에 “소매는 역시 옛날의 미녀 이름이다”(小梅亦古之美女名)라고 하였고 각시를 “閣氏는 우리말로 여자를 말한다”(閣氏者東語女子也)라고 설명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시시딱딱이와 장자마리는 어원을 밝히기가 용이하지 않다.
고증에 의하면 ‘시시딱딱이’는 ‘쉬쉬’라는 축귀어(逐鬼語)에 탈놀이패를 뜻하는 딱딱이패의 합성어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인물은 벽사기능을 가지고 있어 전염병을 예방하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며 다섯 방위색을 칠한 무서운 탈을 쓰고 황토칠한 칼을 들고 나오는 것으로 예능보유자들은 고증하였다.
시시딱딱이는 내용상 소매각시를 빼앗아 오는 약탈자로 갈등구조를 보여준다.
장자마리는 양반을 뜻하는 ‘長者’와 그의 하인인 ‘마름’의 합성어로 유추된다.
  이들의 복색은 회청색의 포대를 뒤집어 쓰고 불룩한 배가 나오는 해학적인 모습인데 옷의 색깔에서 땅과 바다를 연상케 하며 표면에는 곡식의 줄기나 해초를 매달고 나와 풍농과 풍어를 기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른 민속놀이들이 단오날에 행해지는 보편적인 놀이인데 비하여 강릉지역에서만 연희되는 관노가면극은 관의 노비들에 의해 행해진 우리나라 유일의 무언극이다.
내용은 단순하여 양반과 각시의 사랑, 그 사랑을 방해하는 세력과의 갈등이지만 탈이 아주 독특하고 서낭굿에서 행해지는 가면극이라는 점이다.

관노가면극의 특징은 다른 탈놀음과 달리 아직 굿에서 독립되지 못하고 제의의 한 부분으로 공연되었다는 점이다.
봉산탈춤이나 양주별산대, 고성오광대 등이 4월 초파일, 추석, 정월 대보름 외에도 순전히 오락을 위해 공연될 수 있었음에 반해 관노가면극은 강릉단오제의 일부로서만 공연된 것이다. 더군다나 연행자가 노비라는 특수한 신분을 가져 민간인에 의한 놀이가 아닌 점도 특이한 사항이다.
  이들은 화개(花蓋), 즉 괫대를 앞세우고 다니면서 탈놀음을 했다.
신목은 굿청에 모셔두었음으로 옮길 수 없기 때문에 또 다른 신체의 하나로써 괫대를 만들어 모시고 다니면서 놀이를 했던 것이다.
  이는 관노가면극이 신이 강림해 있는 상태에서 벌이는 신성한 연극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과거에 본 단오제는 5월 1일에 시작하여 단오날인 5일에 마쳤는데 이동안 괫대를 성황님으로 모시고 다니면서 지금은 없어진 약국성황, 소성황등에서 놀이를 하고 다시 시장과 여러 관청앞에서도 성대한 연희를 했다고 한다.
  관노가면극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마당 : 장자마리 개시
탈놀이의 시작과 함께 장자마리 두 명이 나와서 연희를 개시한다.
포대 자루 같은 것을 뒤집어 쓴 장자마리들이 요란하게 먼지를 일으키며 나와서 배불뚝이 춤을 추고 어깨춤을 추며 장내를 돌아다니면서 관중들을 내몰기도 하고 서로 붙들고 다투고 넘어지면서 익살로 웃기는 동작을 한다.

둘째 마당 : 양반광대, 소매각시 사랑
양반광대와 소매각시의 구애의 과장인데 양반광대가 담뱃대를 물고 뒷짐을 지고 등장한다.
양반이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점잖고 위엄 있게 춤을 추다가 소매각시는 춤추는 모습을 발견하면서 서로 구애한다.
처음에는 소매각시가 부끄러운 듯이 돌아선다.
그러나 차츰 뜻이 맞아 나중에는 함께 춤을 춘다.

셋째 마당 : 시시딱딱이 훼방
두 명의 시시딱딱이가 무서운 형상의 탈을 쓰고 칼을 들고 등장하여 관중에게 위엄을 보이고 칼을 휘두르며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두 사람이 맞서서 춤을 추기도 한다. 이때에 양반광대와 소매각시가 다정하게 춤을 추는 것을 발견하고 모의를 한 후에 이들에게 접근하여 둘 사이를 갈라 놓는다.

넷째 마당 : 소매각시 자살소동
시시딱딱이가 양반광대와 소매각시의 사이를 갈라 한쪽에서는 양반광대를 놀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소매 각시를 희롱하며 춤추기를 원하지만 소매각시는 이를 완강히 거절한다.
양반광대는 크게 노여워하면서 결국 시시딱딱이를 밀치고 소매각시를 끌고 온다.
소매각시는 양반의 노여움에 두 손을 모아 빌며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하여 양반의 수염으로 목을 감아 자살을 기도한다.
결국 소매각시의 결백을 양반광대는 확인하고 소매각시를 용서한다.

다섯째 마당 : 양반광대, 소매각시 화해
수염을 감고 자살을 기도하여 결백을 증명하려 했던 소매각시와 양반광대의 관용이 화해의 한마당으로 펼쳐진다.
서로의 오해가 풀리고 이 놀이는 흥겨운 공동체의 한마당으로 끝을 맺는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관노가면극은 소박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서낭굿계 탈놀음의 모습을 보여주는 관노가면극은 축제마당에서 인격화된 신과 인간들이 하나가 된다.


<참고문헌>
1. <문화수첩>
2. <강릉단오제2권>
3. <강릉 단오제 백서>
4. <임영의 맥>
5. <향토교본>